제니 조



<NYT(가제)>, (2016-)은 완성되지 않는 것을 의도하며, 매체성, 역사와 기록 등 폭넓은 주제를 공유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가변적인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야하는지 다양한 매체등을 통하여 고민하고 그 안에서 상호매체성과 기록자의 역할을 재정립 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참여하는 모두가 프로젝트와 결과물의 소유자이며 소유물은 각 소유자에 의해 자유롭게 또 다른 형식으로 증식 또는 재현 가능하다.

김보원, 김도연, 곽지원, 추승민, 제니조 협업, 한가한 친구들의 수호신은 구름, 2021, AR,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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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 구름을 가리킨다. 큰 창을 향해 제니 조는 증강 현실(AR)로 구름을 보여준다. 유머러스하고 세속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구름을 모두가 쫓게 만들었다. 우리는 더 이상 직선의 피라미드를 평면에 그릴 필요가 없다. 비정형의 자국들을 남기며 움직이는 구름을 따라 (예정된) 경로 안에서 구름을 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그만이다. <한가한 친구들의 수호신은 구름 Patron Goddesses of Idle Fellows are the Clouds>(2021)에서, 제니 조는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고대 그리스 희극 「구름」을 참조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유머와 풍자를 빌려 와, 그는 역사적인 회화의 매체적 조건에 대해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가?”하는 물음을 던지다가 또 다시 (누군가가 예언했던)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위상에 대해서도 “귀여운” 망상을 더해 나룻배를 타고 수면 위를 떠도는 사냥꾼 그라쿠스의 죽어있는 육체 같은 구름을 유희하며 쫓게 한다. (안소연 텍스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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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제니조, <어떤 예고편: 잊혀진 꿈의 흔적>, HD 영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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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성은, 제니조 감독, 배꽃나래, 김성은 촬영, 이상, 무밍, 쭈야, 톰, 정혜린, 함윤이, 오재형, 서태범, 담비 출연

reference: http://seunkim.com/CollaborationNotes.html

각각 영상과 회화 작업을 하는 두 작가가 경계인의 정체성으로 바라본 한국사회 변화 직전의 순간을 기록하려 한 시도이다. 미디어고고학적 맥락안에서 대안적 역사를 설계 및 제안하기의 방식으로서 시작된 이 작업은 문학과 퍼포먼스, 영상와 회화 등 상호매체성을 그 방법론으로 차용하여 실험한다. 20세기 역사적 변화의 문턱에서, 혹은 그 후의 시대성을 반영하는 영화, 시, 소설, 안무 등 이미 존재하는 여덞 작품을 참조한 이 영상은 레퍼런스들을 모방이나 재현이 아닌 리서치 맥락에서의 각주달기 형식으로 재조합하여 만들어졌다.

김성은: 2016년 겨울 한국은 '복잡성, 동시성, 불확실함과 잠정적 과정' 속의 '기묘한 유토피아'였다. '죽은 시체' 마저 '학대'하는 '이 사나운 곳'에서 '시간의 고속도로'에서 언제나 우위에 있어왔던 '승자'가 이번에는 '과거에 따라잡힌' 듯 했던 것이다. 광장 민주주의가 이뤄낸 탄핵이라는 사실, 평화시위 프레임을 둘러싼 논쟁, 현실이 된 음모론과 잠재적 예언들까지 이 혼란의 시간이 어떻게 발화 혹은 기록되어야 할까? 혹은 미래나 과거의 어떤 지점에서 '발췌(excerpt)' 혹은 '인용(Quote)' 되어야할까?

협업을 하는 두 작가는 각각 뉴욕과 서울, 베를린과 서귀포를 오가며 작업해왔다. 이 사회안에서 그들은 한국국적의 방문자이자 경계인의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로 작업안에서'각주달기' 라는 행위 자체를 부각시킴으로서 중간자-매개자의 이중성에 더더욱이 자신을 위치하고있다. 영상속 10개의 장면(Scene)들은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법 하거나 일어날 '상황'들을 각기 다른 관점과 영화적 기법으로 재현해내는데 그 '상황' 들은 예술-역사적 맥락속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행위' 또는 '작품'으로서 이미 그 시간의 재현이다. 다른 시간에 속하는 10개의 상황들이 한 영상의 타임라인속에서 '편집'되었을때 '시간의 주름' 그 자체를 서술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얘기해주'는 매개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이 한번 더 강조된다.

제니조: <어떤 예고편: 잊혀진 꿈의 흔적>은 첫 협업작이다. 가끔 내가 잘 알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있을때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회화라는 나에게 익숙한 매체가 낯선 영상매체와 합쳐졌을때 어떻게 달라지나 궁금했다. 리히터는 회화를 사진과 접목시키면서 회화라는 매체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김성은 작가와 나는 각각 다른 두 도시를 오가며 작업해 왔다. 중간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두 작가가 협업을 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겨울 서울 광화문에서 일어난 변화의 조짐이었다. 각자 다른 주제와 매체로 작업해 오던 두 작가는 예술이 사회적인 틀 안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지점에서 생각이 같았고 각자의 정치적 또 매체적 다름은 이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예술의 본질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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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택, <망각을 위한 기억, 기억을 위한 망각>, 종이 위에 인쇄, 84.1 x 59.4 cm, 2017.
Jintaeg Jang, Recalling for Oblivion, Forgetting for Remembrance, printed on paper, 84.1 x 59.4 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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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윤지수, 트레이 제작 곰디자인

제니 조 작가의 제안으로 제작된 텍스트 작업 <망각을 위한 기억, 기억을 위한 망각>은 제니 조의 개인전 «큰 창을 향해 반짝이는 그림자» 중 김성은과 제니 조의 협업 작 <어떤 예고편: 잊혀진 꿈의 흔적>에 덧붙는 또 다른 협업 작품이다. 이는 두 명의 작가가 제시하는 특정 시기에 대한 관점, 즉 2016년 겨울 한국에서 나타난 변환기적 상황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은유적인 혹은 사회적인 틀 안에 위치하는 미술 실천과 그 태도를 함께하면서, 시대상을 재현하는 매개자-중간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을 따로 또 같이 실천하고자 하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로써 본 작업은 이들과 같은 시기를 겪은 미술계 내의 한 자아가 바라보고 고민했던 공통의 지점에 대하여 매우 주관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를 서술하는, 일종의 상황에 대한 리뷰이자 프리퀄의 성격을 띤다. 아마도 실현 불가능 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불편한 기억을 소환하는 것 그리고 다시금 이 기억을 망각하는 것, 이러한 행위는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글: 장진택